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우리는 대개 편안한 잠자리를 떠올리곤 하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고요함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늘 밤은 잠은 다 잤다’를 외치게 되는 밤이 찾아오곤 합니다.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혹은 그저 주어진 숙명처럼 찾아오는 불면의 밤까지. 지금부터 제가 겪었던,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그 ‘잠 못 드는 밤’의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해요.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내일을 향한 설렘주의보

가장 행복한 잠 못 드는 밤은 역시 ‘설렘’ 때문이 아닐까요? 당장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한다거나,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결과가 드디어 발표되는 날이라거나, 혹은 고대하던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해 잠이 오지 않는 밤 같은 거요. 저는 학창 시절 소풍 전날 밤이면 늘 그랬어요. 도시락 메뉴부터 친구들과의 시시콜콜한 약속까지,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력을 펼치다 보면 새벽까지 눈이 말똥말똥했죠.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나 혼자만의 행복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아, 빨리 아침이 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던 그때의 밤은, 피곤함조차 기분 좋게 느껴지는 특별한 밤이었어요. 내일 펼쳐질 미지의 즐거움이 주는 두근거림은 그 어떤 수면제보다 강력한 각성제 역할을 하죠.

침대 밑 그림자가 움직이는 밤

그런가 하면, 설렘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이유로 잠 못 드는 밤도 있습니다. 바로 ‘공포’ 때문에요. 며칠 전 친구들과 모여 한밤중에 오싹한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았거든요. 인터넷에서 유명한 도시괴담부터 어릴 적 동네 어르신들께 들었던 기이한 실화까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죠. 다들 실컷 웃고 떠들며 “에이, 다 지어낸 얘기지!” 하고 쿨하게 헤어졌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 불을 끄니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려는데, 방금 전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거예요. 특히 한 친구가 들려준, “밤에 화장실 거울을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왜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잠결에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어지면, 혹시 거울에 뭔가 비칠까 봐 차마 불을 켜지 못하고 조심조심 움직이게 됩니다. 어두운 방 구석에 있는 옷걸이의 옷들이 마치 사람 형상처럼 보이고, 바람 소리 하나에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경험,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이런 밤에는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고, 결국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들 때쯤에야 겨우 잠이 들 수 있답니다. 정말이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도 소용없는 밤이죠.

갑작스런 몰입의 시간, 새벽

마지막으로, 계획에 없던 몰입으로 인해 ‘오늘 밤, 잠은 다 잤다’를 외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래요.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가볍게 웹툰이나 보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어느새 새벽 2시, 3시가 되어 있는 거죠. 흥미로운 신작 드라마를 발견해서 “딱 한 편만 보고 자야지” 했다가 다음 회차 자동 재생에 이끌려 어느새 시즌 피날레를 보고 있거나,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을 집어 들었다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꼼짝없이 앉아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쩌다 한 번씩 꽂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생각에 몰두하느라 밤을 홀딱 새우곤 합니다. 갑자기 어떤 글의 문장이 떠오르거나, 복잡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영감이 번뜩일 때면, 도저히 잠들 수가 없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돼!”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거나 노트북 앞에 앉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죠. 비록 다음 날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보내야 할지라도, 그때의 몰입감과 성취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잠 못 드는 밤은 늘 찾아오지만, 그 이유는 천차만별입니다. 때로는 즐거움과 기대감에 가득 차서, 때로는 등골 오싹한 무서운 이야기의 여운 때문에,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몰입과 영감 속에서 우리를 밤샘의 세계로 이끌죠. 이 모든 밤들은 우리 삶의 특별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경험들입니다. 물론 숙면은 건강에 중요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이런 불면의 밤들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주거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다음 날 밀려오는 피로에 허덕일지라도, 그 밤을 통해 얻은 무언가는 분명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여러분의 ‘오늘 밤, 잠은 다 잤다’를 외치게 만들었던 특별한 밤은 어떤 밤이었나요? 그 밤이 설렘이 가득한 밤이었기를 바라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