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웃느라 배꼽 빠졌던 추억 총집합!


남자라면, 아니 군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시 군대로 돌아가라면?”이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대부분의 대답은 “절대 사양!”이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히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만 가득할 것 같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배꼽 빠지게 웃었던 군대 추억들도 참 많습니다. 그 시절의 고생은 잊혀지고, 유쾌했던 기억들만 미화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분명 그때는 그때 나름의 희극이 펼쳐졌었죠.

군생활, 웃느라 배꼽 빠졌던 추억 총집합!

오늘은 팍팍했던 군생활 속에서도 저와 전우들의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렸던,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이등병의 눈물 젖은 ‘정신 차려’ 바벨

이등병 시절, 제가 가장 취약했던 건 바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점호 시간이었죠. 소대장이 사격 훈련에 대한 공지사항을 전달하며 “각자 사격 자세를 연습할 수 있도록 침상에 모여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침상에 모여 앉아 다들 엎드려쏴 자세를 취하며 폼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소대장님이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이병 김XX! 자네 지금 뭐 하고 있나?”

잔뜩 긴장한 채로 고개를 들자, 소대장님은 제 손에 들려있는 침대 프레임 고정용 ‘바벨’을 빤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엎드려쏴 자세를 취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손이 허전해서, 습관처럼 침상 아래에 있던 바벨을 집어 들고 마치 총을 든 것처럼 견착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들 총기 없는 맨몸으로 연습하고 있는데 저만 홀로, 그것도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바벨 쏴’를 하고 있었으니… 소대장님은 한숨을 쉬시더니 “이병 김XX, 내일 총 들고 훈련하다가 바벨 들고 나갈 기세군.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하시며 폭소를 터뜨리셨습니다. 물론 다른 선임들과 동기들도 숨죽여 웃음을 참다가 제 상황이 끝나자마자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고요. 그때의 쪽팔림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재미있던 기억은 지금도 술자리 단골 안주죠.

한밤중 불침번의 ‘몰래 간식’ 대작전

군생활의 밤은 길고, 배는 항상 고팠습니다. 특히 불침번을 서는 밤은 그 허기가 더욱더 극심해졌죠. 어느 추운 겨울밤, 저는 불침번 근무 중이었습니다. 밖은 꽁꽁 얼어붙었는데, 내무반 안은 선임들의 코 고는 소리만 가득했죠. 그때, 건너편 초소에서 근무하던 친한 동기가 조용히 제게 다가왔습니다.

“야, 너 배 안 고프냐? 나 PX에서 몰래 사다 놓은 과자 있는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PX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근무 중에 간식을 먹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동기는 마치 특수 작전이라도 펼치듯, 자기 내무반 침대 밑 깊숙한 곳에 숨겨둔 과자를 찾아내어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어두컴컴한 내무반 복도 구석에서, 달빛에 의지해 과자 봉지를 조심스럽게 뜯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도 날까 봐 새끼손가락으로 조금씩 부스러기를 집어먹던 그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들킬까 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입 안에서는 과자의 단맛이 폭발하는데, 그 짜릿함과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과자 한 조각에 그렇게까지 감격할 일이었나 싶지만, 당시의 저희에겐 그야말로 ‘비밀 작전’이었고, 그 작은 일탈이 주는 재미는 컸습니다.

말년 병장의 ‘인생은 한 방’ 도박

말년 병장의 여유는 그 어떤 계급도 따라올 수 없죠. 제가 일병 말년이 될 무렵, 저희 중대에는 정말 ‘레전드’라고 불리던 말년 병장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하루는 주말 일과가 끝나고 다들 내무반에서 TV를 보거나 잠을 자고 있는데, 이 말년 병장님이 갑자기 “얘들아, 오늘 우리 저녁은 내가 쏜다!”라고 외치는 겁니다. 다들 의아해하는데, 말년 병장님은 빙그레 웃으며 ‘대박’ 사연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날 아침, 병장님은 부대 인근 상점 앞에 놓인 ‘즉석 복권’ 판매대를 지나다가 문득 “군생활 마지막 행운 한번 노려볼까?” 하는 생각에 복권 한 장을 긁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겁니다! 액수가 엄청난 건 아니었지만, 당시 병사 월급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거금이었죠. 병장님은 그걸로 동기들과 후임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잔뜩 사주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날 저녁 중대원 모두가 PX에서 공수해 온 각종 과자와 음료, 그리고 컵라면 파티를 벌였습니다.

선임들의 눈치를 보며 겨우 PX에 가던 이등병, 일병 시절의 설움이 한 방에 날아가는 듯한 통쾌한 순간이었죠. 모두가 그 말년 병장님을 영웅처럼 떠받들며 환호했고, 그날의 ‘즉석 복권 파티’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그 웃음 가득했던 밤의 추억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군생활은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유쾌하고 때로는 어이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함께 고생한 전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죠. 다시 돌아가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겠지만, 그 속에서 찾았던 웃음과 추억들은 제 삶의 한 페이지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일지라도, 저에게는 고생과 웃음이 뒤섞인 특별한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여러분의 군생활은 어떠셨나요? 힘들었던 만큼,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에피소드들도 분명 많았을 겁니다. 가끔은 그런 재미있던 군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미소 짓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 씁쓸하고도 달콤한 기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